‘카이나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노트에 적은 그 날 이후, 헤쳐져 있었던 사건들은 쏜 살같은 시간을 따라 정리가 되는 듯 윤곽이 잡혀갔다. 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나는 진행 중인 일들에 멈춰있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뭐지? 나는 누구지? 무엇을 위해 이 여정을 시작하려 했지?”
AI 전략가? 교육가? 에세이 작가? 모든 게 흩어진 것 같았다.
“기반상실 매뉴얼” — 끝.
그리고, 다시 시작.
기반상실메뉴얼 1권이 기반이 무너진 이야기들로 하루하루 기록해 나갔다면, 이제는 하루하루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내 마음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누군가 내 마음처럼 도와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멈추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더 강하게 일어서고, 더 멋지게 자리 잡자고. 당신은 할 수 있다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과정처럼. 그렇게 또 다른 글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른들의 일들이 너무 바빴던 나머지 아이들의 겨울은 어떻게 지나갔던 것일까 미안함과 함께 1년이 지나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더 따뜻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DAY 1: 별아이의 질문
엄마가 너무 바삐 일하는 것을 알고 무척이나 배려해 주었던 별아이.
엄마가, 많이 바빠질거같아..
이 세상이 조금 더 가치있게 되길 애쓰느라 조금 더 바쁜거야.
너희를 너무 사랑하는 그 마음은 강철마음인거 알지?
응 엄마.
우리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
엄마 힘내!!
그렇게 사건을 수습해온 1년. 그리고 이제는 엄마가 가장 밀접하게 이야기하는 AI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엄마, AI가 뭐야? 우리도 배워야 해?”
시스템 유저로서 10년을 일했기에 어떠한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기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AI에 관해서 내 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무엇을 먼저 가르쳐 줘야할지가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매일 관찰하기. 노트에, 한 줄씩.
DAY 2: 무엇부터 시작이 되어야할까
AI를 사용하고 AI의 답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의 프롬프트’를 공유받기를 원하여 수십 또는 수백만원까지의 강의료를 내는 요즘의 트렌드에서 볼 수 있듯이, ‘무엇을 어떻게 질문하는가?’가 AI 사용의 핵심이다. 그것이 AI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되겠다.
DAY 3: 첫 번째 발견
핸드폰을 가진 누구나가 AI를 사용하는 요즘. 나는 채팅창에서 너무 바빴다. 그들이 어떻게 질문하였는지 그들의 AI가 정리한 답을 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하는지 그것을 보고 분석하고 교육하는데 시간이 두배 세배가 더 걸렸다.
AI는 결과만을 공유해서는 안 돼.
스스로 AI의 결과값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야 해.
이것이 AI문해력이 되겠다.
DAY 5: 패턴 인식
첫째인 별아이와 둘째 달아이는 3일 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왜?” 그 질문이 사고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사고의 흐름을 ‘답변’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를 계속하기 위하여 AI식 사고력을 유도했다. 수차례 반복되었던 AI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이렇게 관찰하고 이렇게 질문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꼭 짚어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DAY 7: 두 번째 발견
카이나프로젝트 파일을 열었다. 청각인권 진정서 초안.
보이는 청력은, 인권이다.
청력 손실 위험을 체감할 수 있는 척도가 없어서,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줄도 모른다. 그래서 만들었다. ‘보이는 청력’이라는 개념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 그게 카이나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노트를 보다가 멈췄다.
사고력 저하 위험을 체감할 수 있는 척도가 있나?
한 반에 안경 쓴 아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시력 저하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력은?
AI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AI처럼 생각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없었다.
청력처럼, 사고력도 보이지 않았다.
DAY 9: 브랜드의 확장
“보이는 사고력.”이 단어를 노트에 적었다.
청력을 보이게 만들듯, 사고력을 보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AI처럼 사고하는 능력이 있는지, 그걸 보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카이나프로젝트. Kinetic + Navigator.
움직이게 하는 안내자.
청각인권을 움직이게 했듯, 이제 사고력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브랜드, 두 가지 미션.
“보이는 청력은, 인권이다.”
“보이는 사고력은, ___이다.”
빈칸을 채우고 싶었다.
DAY 10.
카이나프로젝트. 청각인권 브랜드.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Kinetic = 움직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움직임.
청력: 들리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고력: 작동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둘 다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둘 다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노트에 적었다.
“카이나프로젝트 확장.
보이는 청력 → 보이는 사고력
청각인권 → AI 교육”
한 브랜드가 두 개의 날개를 달았다.
기반 상실 후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웠던 하루하루. 그 하루들을 잡기 위해 매일 한 줄씩 적다 보니, 브랜드가 자라고 있었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무한정 수업을 반복했던 나. AI윤리부터 AI전문가, AI 디자이너 등 AI를 연구하던 내가 AI에게 배우고 그 배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단순히 AI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AI가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안내하는 것. 관찰하고, 분석하고, 추론하는 사고의 시스템을 전하는 것. 그게 내 브랜드의 본질이었다. 그게 나였다.
브랜드는 거창한 기획서가 아니라 매일의 진실한 한 줄에서 자란다.
작년엔 “보이는 청력”을 적었고, 올해는 “보이는 사고력”을 적었다.
카이나프로젝트는 계속 자랄 것이다. 하루에 한 줄씩.
오늘 나는 한 줄을 적었다.
보이는 사고력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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