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부모님은 싱그러운 거봉 한 송이를 먹이고 싶었다.
그러나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제 앞에 놓인 것은 알알이 떨어진 거봉 세 송이와, 온전히 남아 있는 거봉 한 송이였다.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
온전한 한 송이를 보낼 수 있을지 몰라서… 많이 보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사랑’을 듣지 못했다. 대신 ‘상태’만 보였다. 아, 이걸 다 어떻게 먹지.
떨어진 알, 싱싱한 송이, 양, 시간, 부패의 속도, 그리고 다이어트 중인 나의 상태.
이걸 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그때의 고민은 보통 이렇게 나뉜다.
떨어진 것부터 먹는다 vs 싱싱한 것부터 먹는다.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일단 하루 만에 다 못 먹는다. 거봉이라 양이 너무 많다. 떨어진 것부터 먹으면, 싱싱한 것도 시들해지고. 싱싱한 것부터 먹으려니 떨어진 다디단 알알 거봉은 썩기 시작한다. 다이어터인 여대생에게 하루 이틀 안에 이를 모두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지? 한송이만 먹어야 할까?
한 발 뒤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자.
달디 단 거봉도 버리기 아까우니 떨어진 알 두 송이는 술을 담그고-애주가였다- 온전한 한 송이는 그날 반을 나누어 먹고, 남은 반 송이는 다음날까지 신문에 고이 싸서 냉장 보관했다가 먹었다. 버리는 것 없이, 보내신 마음까지 꼭꼭 다 먹었다.
담가 두었던 그 술은 여름을 지나 추석날, 외할아버지와 함께 나누어 마신 기억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상태를 넘어 마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 여섯 살 아이와 나눈 대화
이 이야기를 여섯 살 아이에게 들려주고 물었다.
“후야, 이 포도 네 송이가 너에게 왔다면, 너는 어떻게 먹을래?”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너무 많은 포도가 배달이 왔다면, 후는 어떻게 할까?
음… 떨어진 건 주스 만들면 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한 알 남겨두고 먹을래.”
웃으며 다시 물었다.
“왜 한 알 남겨두고 먹어?” 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사랑을 어떻게 버려. 내일도 사랑이 있잖아. 또 먹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AI 사고력의 시작은 계산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를 묻는다.
정보를 펼쳐놓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하는가를 설계하는 일을 고민한다.
AI는 포도를 대신 먹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도를 어떻게 남길지는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 방법을 이용해 포도의 가치를 최대로 높일 선택을 하는 존재다.
내게 거봉 한 송이가 남겨준 부모님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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